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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Obf : MODULARHABIT 2026 · 2026.11.14 – 15 · 서울Of, by and for electronic music

Obf : Archive

공짜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왜 하드웨어를 쓸까?

EDITORLutras

같은 계산으로 소리를 내더라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면 그것은 이미 다른 악기입니다.

유로랙 모듈은 하나에 수십만 원인 경우가 흔합니다.

케이스와 전원까지 더하면, 작은 시스템 하나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게 되죠.

Braids

그런데 유로랙을 통째로 컴퓨터 안에 옮겨놓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게다가 무료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전히 비싼 하드웨어를 살까요?

VCV Rack은 모듈을 끼우고 케이블로 연결하는 방식까지 유로랙을 그대로 따릅니다.

유로랙 제조사들의 공식 모듈만 170개가 넘고, 라이브러리 전체로는 4,000개가 넘는 모듈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앞서는 부분은 분명합니다. 케이스도 전원도 필요 없고, 같은 모듈이 더 필요하면 복사하면 그만입니다.

유로랙 모듈은 대부분 한 번에 한 음만 다루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4성부의 화음을 내려면 화음을 내기 위한 모듈을 사거나, 같은 모듈 조합을 네 세트 갖춰야 합니다.

반면 VCV Rack에서는 케이블 한 가닥에 최대 16개의 채널이 실립니다. 한 세트만 연결해도 화음을 낼 수 있는 것이죠.

패치를 다루는 방식도 다릅니다.

VCV Rack에서는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를 파일로 저장했다가 언제든 그대로 불러올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패치를 받아 열어볼 수도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케이블을 뽑는 순간 그 소리는 사라집니다. 사진을 찍거나 손으로 그려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떨까요?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인기 있는 모듈 중에는 원래 내부에서 디지털로 소리를 구현하는 것이 많고, 일부는 VCV에서도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아날로그 회로의 미묘한 반응은 지금도 의견이 갈리지만, '소리가 더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 하드웨어를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를 고르는 이유는 대개 소리 바깥에 있습니다.

마우스로는 한 번에 노브 하나만 돌릴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에서는 두 손으로 자연스럽게 모듈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컨트롤러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는 있지만, 모든 노브가 제자리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모니터 앞을 떠난다는 것도 차이를 만듭니다.

일부 모듈에는 작은 화면이 달려 있지만 시스템 전체를 모니터와 마우스로 다루지는 않으며, 따라서 화면 속 숫자나 그래프보다 귀에 기대어 판단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납니다.

컴퓨터 없이 전원만 켜면 소리가 나고, 알림이나 업데이트, 갑작스러운 프리징처럼 컴퓨터에서 생기는 변수가 없다는 점은 공연에서 하드웨어를 쓰는 이유로 자주 꼽힙니다.

제한이 주는 창의성도 있습니다.

케이스 크기와 예산이 정해져 있으니 적은 모듈을 더 오래, 더 깊게 쓰게 됩니다.

선택지가 무한한 소프트웨어에서는 오히려 새 모듈만 계속 꺼내게 된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정리해 보면,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불편함을 하나씩 덜어냈습니다.

모듈 수와 예산의 한계, 물리적 패치 특유의 휘발성, 복잡한 다성부(Polyphonic) 형성의 어려움.

그런데도 하드웨어를 고른다면,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소리 그 자체보다 소리를 다루는, 소리에 닿는 방식일 것입니다.

정해진 모듈 안에서, 두 손으로 직접, 그대로 되살리기 어려운 패치를 연결하는 방식.

같은 계산으로 소리를 내더라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면 그것은 이미 다른 악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