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OBF : Modularhabit 2026 · 2026.11.14 – 15 · 서울Of, by and for electronic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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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신스는 다다익선?

EDITOR · Lutras

끝없는 확장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작은 랙이 그 자체로 훌륭한 제약이 되는 이유.

모듈러 신스를 시작하고 랙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더 큰 케이스와 새로운 모듈을 갈망하게 됩니다.

모듈이 많아질수록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끝없는 확장성은 모듈러 신스가 가진 양날의 검입니다.

수십 개의 서로 다른 모듈들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는 복잡한 사운드를 빚어내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끝없는 선택의 늪에 빠뜨려 소리를 만드는 본질을 잊게 만들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이 함정을 알면서도, 수많은 모듈로 꽉 찬 거대한 랙을 마주하면 우리는 쉽게 압도되고 말죠.

'저 정도 규모는 갖춰야 제대로 된 음악을 할 수 있겠지?'

정말 그럴까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뜬금없지만, 클래식 거장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제약을 더 많이 부과할수록, 정신을 구속하는 사슬에서 더 자유로워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그는 작곡을 시작할 때 마주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작품마다 사용할 재료와 규칙을 좁게 한정했죠.

리듬을 일일히 짜는 대신, 소수의 리듬 패턴만을 남기고 그 제한된 패턴을 반복하고 치환하는 작법을 통해 특유의 복잡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스스로 만든 '제약'을 깊이 파고들며,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창의성을 이용한 것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이러한 통찰은 어쩌면 모듈러 랙 앞의 우리에게도 유효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랙'이 그 자체로 훌륭한 제약이 되어주니까요.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 그 안에서 자연스레 기발한 우회로를 찾아내고 각 모듈의 기능을 한계까지 쥐어짜내게 되죠.

한정된 모듈이 독창적 아이디어와 깊은 이해도의 촉매제가 되는 셈입니다.

모듈 몇 개로만 채워진 단출한 케이스라고 해서 '미완성'이나 '초보용'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랙을 애써 작게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작은 랙도 그 자체로 충분히 좋은 악기가 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벽이든 작은 상자든, 음악을 완성하는 건 결국 여러분의 손끝이니까요.